넷플릭스 <🌴수리남🌴> 줄거리와 실화이야기

개인적으로는 오징어게임이나 모가디슈보다 더 재미있고 최근에 본 한국 드라마, 영화 중에 가장 흥미진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화 기반이라는 게 더 놀랍고 그래서 더 스토리가 탄탄하고 설득력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수리남 줄거리를 소개하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아직 수리남을 보지 않으신 분은 감상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수리남은 청소년관람불가에요.

수리남 최고의 아웃풋 조우진 배우님이 연기한 변기태

<넷플릭스 수리남> 줄거리는 다음과 같아요. 실화 이야기는 줄거리 뒤에 적어두었어요.

* 돈을 벌기 위해 남미의 '수리남'이라는 나라로 떠나는 강인구(하정우)
하정우가 연기하는 강인구는 어려운 집안 환경에서 성실히 그리고 영리하게 살길을 도모하는 사람이었어요. 어릴적 유도를 하다 부모님을 여의고 두 동생을 키우기 위해 닥치는대로 일을 했어요. 단란주점에서 일하고 카센터에서 차를 고치며 미군에 물건을 납품하며 근근하고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었죠. 그리고 인구는 교회를 다닌다는 조건으로 혈혈단신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여자(추자현이 연기합니다)와 결혼해요. 아들과 딸을 하나씩 낳고 전세집을 어렵게 하나 얻어 밤낮없이 일을 하며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었어요.
여기에 나온 영리함, 유도, 단란주점, 카센터, 미군 상대, 교회, 아이들이 모두 인구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설정이더라고요!

그러던 어느날 수산업에서 일을 했던 친구 응수가 찾아와요. 남미에 수리남이라는 나라에서는 홍어를 먹지 않고 버린다며 싼값에 홍어를 들여와 한국에서 팔자고 제안하죠. 단란주점에서 온갖 힘든일을 당하던 인구는 가게를 팔아 전재산을 이 홍어 사업에 투자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수리남은 실제 존재하는 나라에요. 지금도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인데 당시 배경이었던 2000년도 초반에는 더 생소했겠죠. 인구는 그래서 사업기회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돋뜬는 중국갱으로부터 인구를 구해주는 한인교회 목사 전요환(황정민)
처음에는 사업이 잘되는 듯했으나 군인이 찾아와 매달 돈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단란주점을하며 공무원을 상대하는데 능숙했던 인구는 매달 얼마를 주는 것으로 협상을 하며 위기를 넘기는듯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중국인 조직폭력배들이 나타나며 더 많은 돈을 요구합니다. 군인은 육지에서만 지켜줄수 있다며 모른척을 하고요.
여기서 중국인 조폭 우두머리 역할을 맡고 있는 첸진의 역할을 장첸이라는 배우가 맡습니다. 범죄도시의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과 똑같은 이름이라 윤계상이 나오는건가 싶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네요.

장첸 배우님은 영화 듄 에서 티모시의 스승으로 나왔어요! 익숙한 얼굴이죠

이런 가운데 인구는 교회에 가라는 와이프의 등쌀에 못이겨 한인교회를 찾아가 사진만 찍고 돌아오려고 합니다. 하지만 교회를 이끄는 목사 전요환 목사(황정민)의 눈에 띕니다. 한인을 봐서 반갑다며 전 목사는 인구와 응수를 앉혀 놓고 무슨일이냐고 묻습니다. 인구는 중국인 조폭에게 얻어 맞았다고 하소연을 했어요. 의외로 요환은 이들을 돕겠다며 차이나타운으로 직행합니다. 응수와 인구가 뉴스를 찾아보니 전요환은 수리남에서 기부도 많이하고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는 영향력있는 인물이었어요. 전요환은 전도사라고 부르는 변기태(조우진)와 이집사를 대동하고 장첸과 마주합니다. 그리고 홍어에 손을 대지 말라고 경고하죠. 의외로 장첸은 이에 순순히 응하고 생선따위 가져가라고 합니다.

* 마약사범으로 수감되는 인구, 그리고 밝혀진 요환의 정체: 마약왕
인구는 잘 해결했다고 생각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밤중에 선장에게 연락이 옵니다. 너희 홍어에서 마약이 나왔다며 다섯시간 넘게 마약단속국에게 조사를 받았다고 성질을 내고 전화를 끊습니다. 무슨일인지 영문을 모르고 있었던 때 응수는 시장으로 가서 사태를 파악해보라고 해요. 인구는 업장에 남아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며 전 목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만 아쉬운 위로만 받고 전화가 끊깁니다. 그리고 경찰이 인구를 급습하고 인구는 브라질의 교도소로 수감이 됩니다.

그런 인구에게 국정원 최창호(박해수)가 찾아옵니다. 사실 인구의 홍어에 마약을 넣은 것은 전요환이고 이로 인해 응수도 죽임을 당했다고 합니다. 사실 전요환은 한국의 필로폰 유통책이었어요. 조직이 일망타진될 때 운좋게 도망을 쳐 별도로 한국에서 사기행각을 벌이고 다닌 범죄자였다고 합니다. 필로폰을 몰래 섞어 사람들을 중독자로 만든 뒤 돈을 뜯는 수법을 써왔어요. 뛰어난 언변으로 교회를 차려 신도들을 중독자로 만들고 세력을 키웠어요. 그러다 부패한 안기부 직원에게 걸려 돈을 계속 갖다 바치다 그 인물을 살해해요. 전요환은 범죄인 인도 조항이 없고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수리남으로 도피를 합니다. 자신의 광신도들과 함께요. 전요환은 수리남의 부패한 대통령이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도와줘 정치적 조력을 받아요. 그리고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로부터 코카인을 받아 유럽에 유통하며 마약왕으로 성장한 것이었죠.

* 요환을 검거하기 위해 언더커버로 일하기로 한 인구
최창호는 인구에게 언더커버 역할을 요청합니다. 전요환과 마약 유통업을 하는 척하며 전요환을 잡게 도와달라는 내용이었어요. 천상 사업가였던 인구는 2억을 선금으로 받고 완료 시 3억을 더 받기로 딜을 하고 국정원을 도와주기로 합니다. 최창호는 인구에게 한국으로가는 마약 유통망을 뚫어줄 수 있는 브라질에서 사업을 하는 '구상만'이라는 사람을 연기하기로 했어요.

작전은 요환이 미국에 마약을 공급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에요. 이미 요환은 수리남 국적을 취득한 상태이고 범죄인 인도 조약이 없는 수리남에서 요환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서 미국과 공조해 작전을 수행하려고 했어요. 미국은 자국에 마약을 유통하는 자가 있는 곳이라면 그 나라가 어디든 DEA(마약단속국)를 보내 조직을 응징하는 법을 가지고 있었죠.

* 작전: 요환을 궁지로 몰아 미국령에 코카인을 배송하게 만들어라
국정원의 작전은 이론상으로는 간단했어요. 1)인구와 상만이 한국으로 가는 코카인 유통 루트를 가지고 있다며 1톤(많은 양)의 코카인을 받아올 것을 요구. 2)첫 거래를 브라질 인근에서 하고, (미리 입을 맞춘)브라질 국경수비대에 기습을 당해 물량을 빼앗김 3)외상으로 땡긴 코카인이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요환은 미국을 통하는 루트(푸에르토리코: 미국령)로 물량을 보냄 4)DEA와 협업하여 요환을 체포.

브라질 국경에서의 거래는 어느정도 국정원의 계획대로 됐어요. 하지만 요환은 절대로 미국과 엮이지 않겠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푸에르토리코를 경유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중간에 첸진(장첸)의 중국 물류망을 통해 코카인을 풀어보려고 하지만, 중간에 인구가 몰래 첸진을 자극해 요환의 물건을 뺏을 것을 종용합니다. 요환을 함정에 몰아 사살하는 것이 목표였죠. 하지만 장첸은 요환을 놓치고 말아요. 요환은 수리남의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해 군대를 투입, 장첸 일당을 쓸어버립니다. 장첸이 수세에 몰리자 인구는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장첸을 배신하고 요환의 신뢰를 얻습니다. 이미 장첸이 죽었기 때문에 중국 유통망은 쓸 수 없게 되어요. 요환은 어쩔 수 없이 인구가 제안한 푸에르토리코 루트로 코카인을 배송하기로 합니다.

* 요환의 최후
푸에르토리코에 마약이 배달된 사실을 확인한 마약단속국은 그대로 수리남으로 특수부대를 보내 요환을 검거합니다.
인구는 그대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카센터를 하며 소소하게 다시 가족과의 행복을 느끼며 영화는 끝납니다.

<볼거리>
위에서 설명한 '나쁜놈 전요환을 잡는다'라는 수리남의 핵심 시나리오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요환의 주변에는 조우진이 연기하는 변기태라는 첸진일당에서 버려진 조선족 갱단원과 이집사라는 요환의 광신도, 그리고 그 신도 무리들이 나오는데요. 조연들이 극의 긴장감을 엄청나게 높여줍니다. 물론 황정민의 연기는 흠잡을 데도 없었고 극을 이끌고 가는 아주 중대한 역할을 6화 내내 아주 완벽하게 소화해 내십니다.

그렇지만 정말 보다가 흠칫 놀랄 정도로 엄청난 건 조우진의 연기였어요. 변기태가 가지고 있는 전요환에 대한 두려움 + 중국갱으로서 역할을 훌륭히 하다가도 (스포..) 이중첩자 국정원의 김희원을 연기할 때는 영락없는 한국 특수부대원 같고.. 자세부터 눈빛 모든 연기가 멋졌어요. 특히 극중에서 요환이 기태의 머리채를 잡고 혼을 낼때 완벽히 복종하고 두려워하는 기태의 연기에 숨이 막혔어요. 순박하면서도 꽁한 욕심을 가지고 있는 응수를 연기한 현봉식 배우님도 매우 좋았어요.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엄청났던 영화에요. 시나리오 자체가 그동안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것이고, 액션과 특히 촬영 로케이션도 매우 이국적이라 보는 내내 신선하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줄거리는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러닝타임 내내 인구나 상만의 언더커버가 걸릴까, 인구가 돈 때문에 국정원을 배신하지 않을까, 기태가 죽지 않을까 마음 졸이며 보게 되어요.

촬영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진행했고 코로나 때문에 해외 로케가 좌절돼 일부는 제주도에서 야자수를 심고 촬영했다고 해요.

변기태 조우진 최고

<실화 바탕>
정말 더 놀라운 사실은 수리남이 실화에 기반한 영화라는 점이에요.
전요환(황정민)은 2011년 검거된 조봉행이라는 실제 인물을 모티프로 만들었어요. 여기까진 오..했는데,
하정우가 연기한 강인구가 실제로 이 이야기에 존재한 인물이라는 것에 더 크게 놀랐어요.

실제로 황정민 역할의 모티프가 된 조봉행은 1994년 사기 혐의로 수배를 받고 남미의 수리남으로 도피했어요. 수리남에서 (응수처럼) 수산업을 처음에 하다 현지에 적응하고 콜롬비아의 최대 마약 카르텔과 손을 잡고 마약상으로 활동했어요. 목사를 한건 아니고요. 그러다 2009년 7월 브라질에서 붙잡혀 한국으로 압송되었어요. 10년의 징역과 1억원의 벌금을 받아서 작년에 출소 후 수리남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조봉행을 붙잡은 과정에서 국정원과 협조하는 인구의 역할을 한 K씨가 실제로 있었다고 하는데요. K는 극중 인구와 나이도 실제로 비슷해요. K씨는 2006년에 수리남에서 특수 용접봉 판매 사업이 유망하다는 친구의 말에 수리남으로 사업을 하러 갔어요. 영화 수리남에서 처럼 조봉행과 한 곳에서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 용접봉 판매 사업은 조봉행이 꾸민 일이었고 중간에 돈을 가로채 K씨는 계속해서 손해를 보게 되었어요. 1년 여가 지난 뒤 사업을 살리고자 베네수엘라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요. 그러다 국정원의 연락을 받게 됩니다. 조봉행을 잡아야 하는데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고 해요. K씨는 이대로 돌아가면 패배자가 될 뿐이고 아이들에게 떳떳하고 싶어서 요청을 수락했다고 합니다.

수리남으로 다시 돌아간 K씨는 일부러 더 카지노와 클럽에서 말썽을 일으켜 조봉행의 눈에 띄게 행동했어요. 결국 조봉행으로부터 마약밀매 제의를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정원, 마약수사기관과 함께 구상만과 같은 가짜 마약상을 만들어내고 정말 인구처럼 K씨가 이를 중간에서 알선하는 척을 했다고 합니다. 중간에 국정원과 연락하는 것을 조봉행의 부하가 알아채는 위기가 있었어요. K씨는 그 부하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회유하려했으나 부하가 배신해 죽을 위기에 처했다고 해요. 하지만 농담한 것을 그렇게 받냐며 재치있게 넘어가 오히려 조봉행의 신뢰를 쌓고 검거에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브라질의 상파울루 공항으로 조봉행 일행을 유인해 검거하기까지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해요. K씨는 2011년 당시 중앙선데이와 인터뷰도 했었더라고요.(기사)

수리남에 한국인 마약왕이 있었다는 이야기나, 검거를 도운 민간인이 있었다는 이야기, 가상의 마약상까지 영화 수리남에서 가장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실화라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수리남은 6화 내내 너무 긴장하며 봐서 다시한번 차분히 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드라마였습니다. 역작을 만들어준 감독님과 제작진, 스태프, 그리고 배우님들에게 박수를!